안녕하십니까

저는 지난 8월 11일 영면하신 

고 노양한 동문의 막내 아들 노의선이라고 합니다

우선 저희 아버지 장례에 직접 조문해주시고

또 멀리서나마 마음으로 추모해주신 아버지의 동기분들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아버지께선 지난 몇년간

진행성 핵상 마비라는 희귀 난치병을 앓아 오셨습니다

몸의 근육이 점점 굳어가는 병으로 인해

점점 약해지는 모습을 친구 , 동기분들께 보여주기 싫어

연락도 자제 하셨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럼에도 아버지와의 따뜻한 추억을 간직해주시고

가시는 길에 함께 기도해주신 분들께

다시 한번 깊은 감사드립니다

이제 저에게 아버지같은 청주고 39기 동문분들이

언제나 건강하시길 마음 깊이 기도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아버지께서 생전에 쓰셨던

시 한 편을 남기고 가고자 합니다

고맙습니다

동행

그대의 손 이끌고 이 바다로 나온 지

은혼의 세월 꿈 같이 지났다

해도 한 장 나침반 한 점 없이 나온

나의 무지와 오만을 부디

그대여, 용서해 다오.

계획 없이 닻을 올린 나의 바다

어느 누구의 축복도 꽃이 되어

갑판 위로 던져지지 않았던 출항

그래도 꿈같이는 살자

멀어져 가는 항구의 불빛에

우리의 순수와 눈물을 매어 두었지.

윤이월 바다에 나온 낮달처럼

그토록 높이 내 걸렸던 나의 이상

이제는 추억 속 빛바랜 사진으로

그대 곁에 쓸쓸히 선다.

울음조차 말려버리는 건조한 항해

그대 장미는 거친 해풍에 산산이 부서지고

가시만 아련함으로 말라가는 이 바다를

나는 이제 화엄의 노래로 덮으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