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바로 보기/ 법상스님의 날마다 해피엔딩]

"우리가 ‘나’라고 여겨왔던 존재가 실체가 아니며 다만 인연 따라 잠깐 생겨났다가 사라지는 허망한 것이라는 통찰이 생겨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내 것’이라는 소유물에 집착할 것도 없고, ‘내가 옳다’는 내 생각에 고집할 것도 없게 되겠지요.

이처럼 나다, 내 것이다, 내가 옳다, 내 맘대로 한다.라는 아상, 아집, 아만, 아견이 사라지게 된다면 우리가 그토록 목숨 걸며 지키려고 애써왔던 모든 것들이 사실은 그렇게까지 중요하게 여겨 집착하거나 사로잡힐 것이 아님을 깨닫게 됩니다. 그 어떤 것도 과도하게 집착하지 않게 될 것이고, 그 어떤 생각에도 과도하게 고집하지 않게 될 것입니다. 즉 삶에 과도한 긴장이나, 욕망, 집착이 사라지니 저절로 힘을 빼고 이완하게 됩니다. ‘절대로 이것만은 포기할 수 없어’라고 여기는 것이 없어지게 되고, ‘반드시’ 해야 하는 것도 없습니다.

인연 따라 그저 삶을 편안하게 살아갈 뿐, 머물러 집착하지 않게 됩니다. 삶에 중요성과 심각성이 사라지게 되지요.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게 됩니다. 삶에 여유가 생겨납니다.

삶이라는 영화 속에 푹 빠져 울고 웃는 것이 아니라, 저 객석으로 내려와 삶을 전체적으로 바라볼 지혜로운 통찰이 생겨납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과도한 삶의 에너지가 사라지게 되면 삶을 대충대충 살게 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온 몸과 마음에 힘이 빠지고 이완이 되다 보니 무엇을 하든 거기에 100% 순수한 삶의 에너지를 투입하게 됩니다.

이런저런 생각과 분별심, 판단과 차별 등이 사라지게 되니 번거로운 에너지 낭비가 사라지고, 오로지 즉 한순간, 바로 지금 여기라는 생생한 현재를 온전히 깨어나서 살아가게 됩니다. 삶의 순수한 열정과 깨어있음의 생기발랄함이 피어나는 것이지요. 그렇듯 분별이 사라지고 순수한 열정과 에너지가 깨어나게 되면 더욱 힘 있는 사람이 됩니다. 무엇을 하든, 잡스러운 번뇌 망상에 시달리지 않다 보니, 마음을 내는 대로 그 마음에 강력한 힘이 붙는 것이지요. 즉 이 우주 법계와 내 마음이 둘이 아니게 하나로 공명하게 되고, 그럼으로써 내가 하는 것이 아니라 우주 법계가 하게 되기에 무한한 가능성이 현실화되어 꽃피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