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저희도 어렸을 때나 보았고 가까운 퇴계 이 황 선생의 유품전시관에 소장된 청려장을 본 게 다였어요. 불우이웃돕기나 마을활동 기금 마련에 필요한 물품을 찾다가 오래 전부터 청려장 만드는 기술을 익혀온 농업기술센터 김종용 계장님의 소개로 인연이 닿았지요. 처음에는 이웃농민들과 함께했는데 1년 간 명아주 나무를 키우고 또 근 한 해 가까이 수시로 다듬어야 하는 수고로움 때문에 결국 저와 남편이 김 계장님의 제자로 남게 되었지요.

 

최 네. 전 이곳 호명면이 태어나고 자란 고향입니다. 가까운 예천비행장에서 직장생활을 하며 은퇴 후에는 아내와 함께 사과를 재배하자고 얘기해왔지요. 아이들과 식물, 동물을 가리지 않고 천성적으로 무언가 가꾸고 돌보는 것을 좋아했던 아내가 더 적극적이었습니다. 퇴직하기 10년 전에 미리 땅을 마련하고 400주 넘는 사과 묘목을 심고 가꿔온 것도 아내이니 실질적인 농장주이지요. 지금도 저는 거의 시키는 대로만 움직이는 일꾼에 가까워요.(웃음) 하지만 주변에서 정말 좋은 선택을 했다고 많은 부러움을 사고 있지요.

김 남편과 두 딸, 아들이 함께 농장이름을 상의하던 중에 나왔어요. 늘 정직하게 중심을 지키며 농사를 짓고 싶었는데 가운데란 뜻을 가진 우리말 ‘가온’이 저희의 뜻과 잘 맞았습니다. 
 

최 먼저 배운 것은 아내인데 2015년 퇴직 후부터는 제가 더 재미를 붙이고 있습니다. 사과 농사도 청려장 제작도 모두 최고가 되고 싶은 욕심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더 애착이 가는 건 역시 청려장이에요. 끊어진 전통의 맥을 잇는다는 사명감, 귀한 물건을 만든다는 자부심을 갖게 하지요. 
 

최 4월경에 명아주를 심어 10월경에 수확합니다. 그 사이 계속해서 뿌리를 묶고 가지를 쳐주며 모양을 잡는 교정 작업을 해주지요. 명아주는 가볍고 단단한 데다 뿌리의 모양새 때문에 지압효과까지 있는데요. <본초강목>에서 청려장을 짚고 다니면 중풍을 예방하고 신경통에 걸리지 않는다고 기록한 것도 그 때문입니다. 저희는 보통 300주 정도의 명아주를 심는데 그중에서 지팡이로 만들 수 있을 만한 것 200개 정도를 추립니다. 이것을 손질해 찐 다음 껍질을 벗기고 건조하지요. 그리고 최소 7회 정도 사포질로 표면을 매끄럽게 다듬은 후에 멋스럽게 옻칠을 합니다. 제대로 색이 나오려면 옻칠도 일곱 번은 해야 하지요.  

김 청려장 하나를 만족스럽게 만들려면 50번 정도는 손이 가는 것 같아요. 제작과정도 명아주 재배부터 완성까지 1년이 넘게 걸리는 일이지요. 주변에서는 그런 수고와 시간을 생각해서 제 값을 받으라 하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지금도 충분히 만족합니다. 무엇보다도 귀한 물건이라 좋아해주시는 어르신들이 있는 것만으로도 기쁘지요. 처음 만들기 시작했을 때 주변 향교나 생일을 맞으신 어르신께 선을 보였는데 “황금보다 더 좋은 선물”이라 하시던 게 아직도 기억에 생생합니다. 앞으로 꿈이 있다면 하나를 만들더라도 제대로 된 청려장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것뿐이지요.